산업적 변태
Industrial Metamorphosis
2019
도시는 언제나 새로움을 위해 무언가를 지우고 다시 쌓는다. 오래된 기억은 허물어지고, 낯선 미래는 하얀 벽 너머에서 은밀히 자라난다. 나는 그 하얀 가림막을 '번데기'라 불렀다. 하얀 번데기 너머에서 도시가 변태를 거듭하며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장의 하얀 벽은 도시 풍경 속의 작은 균열이자 단절이다. 그 너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작아지고, 움직임은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콘크리트의 거대한 골조들 사이로 가늘게 걸린 철근과 기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습은 마치 도시의 골격을 드러내는 X-레이처럼 보인다.
나는 하얀 벽의 틈새로 숨어들어, 그곳에서 진행되는 도시의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했다. 작업하는 사람들, 철근의 형태, 크레인의 움직임. 그 풍경들은 하나하나 고요히 존재하고 있으나, 일상의 삶에서는 외면되는 장면들이다.
번데기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오직 그 내부의 사람들만이 온전히 알 수 있는 비밀스러운 의식과 같다. 나는 그 비밀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계단 위, 철근과 콘크리트가 얽힌 골조 안, 도시의 소음과 고요가 뒤섞인 그 경계 지점을 기록하면서, 보이지 않는 도시의 성장 과정을 드러내고자 했다.
결국 내가 보고자 한 것은 도시의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가는 그 불완전한 과정이었다. 그 과정이야말로 도시가 숨 쉬는 방식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의 일부이다. 하얀 벽 너머,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삶의 형태들이 무수히 펼쳐져 있다.
번데기는 언젠가 나비가 되어 날아갈 준비를 마친다. 하지만 나는 번데기 자체의 시간, 그 조용한 변신의 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것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도시의 모습이며, 우리가 놓치기 쉬운 존재의 중간 지점이다.
Untitled, 8x10 inch, Gelatin Silver Print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