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toma
2016

불안은 형체가 없으나, 인간의 시각을 물리적으로 왜곡시키는 힘을 가진다. 나의 10대 시절, 과도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내 눈앞의 현실을 선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거대한 필터로 작용했다.
본 작업 <Scotoma>는 그 시절 나의 시야를 지배했던 심리적 맹목 상태를 시각화한 기록이다.
나는 프레임 안에 의도적으로 연기와 안개를 개입시켰다. 이 뿌연 입자들은 피사체의 윤곽을 지우고, 원근감을 교란하며, 명확해야 할 공간을 미지의 영역으로 바꿔버린다. 텅 빈 복도와 젖은 도로 위를 부유하는 이 모호한 기체들은 단순한 대기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당시 내가 세상과 맺고 있던 불투명한 관계이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시각적 노이즈'의 물성이다.
사진 속에서 빛은 산란하고, 그림자는 흐려지며, 나의 존재(실루엣)조차 명확한 좌표를 갖지 못한다. 이것은 감정적 고통의 호소가 아니라, 극도의 불안 상태에서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오인하고 왜곡하여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현상학적 보고서다.
나는 이 흐릿한 이미지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공포가 어떻게 실재하는 풍경을 잠식하는지를 증명하고자 했다.

Untitled, 2016

Untitled, 2016

Untitled, 2016

Untitle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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